Monday, May 20, 2019

조급한 확신과 성급한 정의의 섬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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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확신 A jumped assurance 


에피소드 하나: 병원 응급실에 아이가 들어왔다. 팔이 부러진 상태로 들어와서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혈관 주사로 진통제를 투여하려고 하니 아이는 갑자기 거부하고 경구용 진통제를 달라고 이야기한다. 아이의 요구에 경구용 진통제 알약을 주었다. 아이의 보호자인 아버지는 말끔하지 못한 모습으로 아이 곁에서 걱정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하고 계속 진통제를 찾았다. 응급실에서는 몇번 주었지만 상황을 의심한 의사는 아이의 약물검사를 해서 처방한 진통제를 복용했는지 확인한다.

CHICAGO | MED NBC

의사의 예상대로 아이에게서는 처방한 진통제는 나오지 않았다. 의사는 몸이 불편하고 깔끔하지 못한 아버지를 의심했고 아이를 이용해서 약을 받기 위해서 병원에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하지 못한 진실이 밝혀진다. 아이는 의도적으로 팔을 골절시켰다. 그리고 병원에 와서 진통제를 받고 이를 먹지 않고 숨겨두었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사고로 몸이 불편해졌고 당시에는 쉽게 처방받을 수 있었던 옥시코돈을 처방받아 통증을 관리할 수 있었지만 정부 정책이 오남용을 먼저 걱정해서 처방을 제한하게 되고 나서는 제대로 약을 처방받을 수 없었고 제대로 된 처방을 받기 위해서는 더 높은 의료보험을 요구받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없었던 아버지는 계속 통증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그 모습이 안타가웠던 아이는 스스로의 팔을 골절시켰던 것이다. 알약 몇개를 얻기 위해서 아버지의 고통을 옆에서 보면서 그 고통을 몇번이라도 줄이고 싶었던 것이다.

'약을 얻기 위해서 아이를 이용했다고 생각했던' 의사는 사과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사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사과를 마땅히 받아야 할 아버지는 의사로 부터 제대로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직업적 신념에 따라서 아버지를 의심하는 것이 당연하고 잘 했던 행동이라고 확신하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의심할 수 있고 쉽게 말해 '아니면 말고...' 라고 생각했을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인지 알 수 없는 씁쓸한 생각을 들게 한다. 아무튼 드라마에서는 의사가 깊은 사과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시카고 메드 Chicago Med 시즌 4의 에피소드 21편 Forever Hold Your Peace 의 이야기 중 하나이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의심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찾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자신의 방법이 잘못되었거나 잘못된 진실을 믿고 상대방을 의심했다면 그 모든 것에 대해서 충분히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들은 진실을 알려고 하는 노력할 때보다 진실을 알고 나서 더 많은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진실이 밝혀졌으면 그만이지라고 이야기할 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보면 의사가 밝혀낸 사실은 '아이는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 라는 결과는 알아냈지만 그 사실들이 '자신의 약을 얻기 위해 아이를 이용한다'는 사실까지 말해주지 않지만 많은 편견과 시선으로 이미 그런 결론으로 도약할 때가 많다.

성급한 정의 A jumped justification 


에피소드 둘: 미국의 공립 병원인 뉴암스테르담 New Amsterdam 의 정신과 의사인 이기 프롬 Iggy Frome 은 평소와 같이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아이들과 함께 집단 상담 치료를 한다. 치료의 일환으로 아이들이 모여서 치료활동의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시의 복지담당 공무원은 환자인 아이 중 하나가 특별히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이를 이기 프롬 박사가 사적인 감정으로 아이를 다루어서 이에 생긴 트라우마가 아닌 것인지 의심하고 이를 조사하도록 요청하게 된다.


이기 프롬 박사의 치료 중 학대 사실을 의심하며 조사하는 과정에서 결국 피해 당사자인 아이에게도 질문을 하게 되지만 아이는 더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결국 이기 프롬 박사에게만 말하겠다고 말했다. 환자의 치료 과정 중 학대 혐의 alleged 를 받은 이기 프롬은 모든 진료를 중단해야 했고 심지어 피해자였던 아이의 요청이라고 해도 모든 치료 과정이 중단된 상태에서는 쉽게 아이의 이야기를 듣기 어려웠지만 이기 프롬은 이 요청을 듣고 바로 달려가서 아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가족 구성원의 학대를 받아왔었다는 그리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과가 좋아서 모든 혐의가 없어 다행이지만 만약 아이의 거짓 증언이나 잘못된 정황이 나왔다면 이기 프롬은 바로 의사 면허를 박탈 당했을 것이다.

뉴암스테르담 New Amsterdam 시즌 1의 에피소드 21 This Is Not the End 에서는 모든 환자들을 사랑으로 치료하던 정신과 의사 이기 프롬은 어떤 아동을 부적절한 행동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를 받고 이를 조사받는다. 이미 드라마를 통해서 이기 프롬은 천사에 가까운 정신과 의사였다. 환자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배운 것은 버리고 환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주려는 환자들에게는 따뜻한 모습의 의사이다. 이미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 보면 말도 안되는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보면 화가 날 수 있다. 물론 그런 상황을 모르고 이기 프롬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시 공무원에게는 잘못된 내용이 의심된다면 이를 적절하게 조치하고 그 의심을 풀어내는 것이 의무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의심은 아주 순간적이다. [인생의 선택에 대해서 ─ 익숙하지 않은 미래란 모험]


가정은 의심을 초래할 수 있다. 가정은 대개 친근한 경험들에 근거하는 법이다. 따라서 그동안 유지해 온 과정을 적용할 때만이 가장 좋은 글을 쓰고, 가장 명확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경우엔 박자를 조절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일이 행복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순식간에 덧없이 사라지고 말 것들은 이런 신속함을 요구한다. 만일 행인이 갑작스럽게 우리 앞에 나타난다고 하자, 당신은 우선 놀랄 것이다. 잠시 후 그를 관찰할 준비가 되고 보니, 그는 이미 당신의 시야에서 사라진 후이다. 만일 당신이 이제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그를 생각해 보리라 하고 뒤 쫓아간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보일 것인가?

─ 피에르 썅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中 

그래서 우리의 의심은 심사숙고한 결과라기 보다는 순간적이고 때로는 충동적일 때가 많다. 충동적이란 뜻은 결국 충분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관찰할 결과라기 보다는 자신의 쌓아온 경험에 근거할 때가 많다. 자신이 전혀 경험하지 않은 일을 의심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본인이 자주 '노래방'을 가서 다양한 경험을 했던 사람이고 자신의 딸과 함께 딸의 남자친구가 노래방 이야기를 한다면 그 노래방이 가지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딸의 남자친구도 쉽게 의심하게 된다. 물론 그 의심의 근거는 밝혀진 사실들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라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Doubt (2008)

이런 이유로 미국의 어떤 주 정부는 내부 비리 혹은 부정 행위를 단속하는 인원들을 계속해서 근속시키지 않도록 한다. 왜냐하면 계속 의심하고 잘못된 형태를 봤던 이들에게는 모든이들은 자신의 경험에 의해서 쉽게 결론을 내리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스스로 정의로운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악은 좀더 확신하고 정의롭다 


두가지 에피소드를 보면서 생각이 들었던 것은 수많은 정의로움으로 얼마나 많은 사회의 악인이 사라졌을까 보다는 얼마나 반항하지도 못한 억울한 의인들이 먼저 쉽게 사라졌을까 싶었다. 악인과 의인으로 구별하는 것도 어렵지만 악인에 가까워서 사회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잘 사용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잘 피해다니고 그 구조 안에서 잘 생존하지만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 살려고 하는 이들은 종종 그 사회 안에서의 의심을 더 많이 받고 스스로 방어하기 어려워하는 성격 혹은 스스로 방어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은 이들이 먼저 사라지게 만들 때가 많다. 뉴암스테르담의 이기 프롬 박사가 그런 모습의 인물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때로는 기존의 시스템과 규칙을 어기더라도 환자들의 마음을 먼저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였고 그렇게 기존의 규칙을 어기는 모습들은 모두 의심을 받기 쉬웠다.

아버지의 고통을 보고 참지 못한 아이를 보며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한 부분이 있다. 아버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자신에게 다가올 고통마저도 참고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누군가를 위해 더 큰 고통을 받으면서 자신을 희생할 것이라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하기에 그런 경우 정 반대로 생각해서 아이를 이용하는 아버지가 되고 만다. 그러나 아버지는 정부의 약물 남용 opioid crisis 정책에 의해서 제대로 된 진통제도 받지 못하고 참으며 살아왔던 사람이다. 그런 정책이 원망스러워도 그것조차 제대로 어기지도 못하고 참는 시민이였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물어본다.

CHICAGO | MED Season 4 Episode 21 -  Forever Hold Your Peace

"그동안 어떻게 견디어 오셨나요?"

아버지: "대부분 술이였죠." 

사회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악인보다는 의인들이 더 쉽게 지치고 먼저 쓰러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사회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고통을 참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신의 고통을 절대 참지 못하는 이들은 불법으로 약을 구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사회가 가지는 규칙이 아무리 정의를 외쳐서 악인들의 남용이나 잘못된 부분들을 막으려고 해도 개인의 고통으로 참아내야 하는 이들의 소리도 잘 들어야 한다. 만약 그런 개인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생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만약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다면 정의를 강하게 외치고 누군가의 잘못을 확신하는 이들은 선에 가까울까 악에 가까울까 생각해 본다. 그 구별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만 그래도 선한 이들은 자신의 정의감으로 누군가 잘못된 진실로 상처받을 수 없는지 그리고 그 상처로 상대방이 얼마나 힘들어할지 그것을 먼저 생각해서 좀 더 신중할 수 있고 좀 덜 확신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종종 정의를 외치는 이들이 우리에게는 전혀 정의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세상의 화려한 곳에는 사람의 고통을 찾아가지 않고 타인의 실수마저도 정의라는 이름으로 단죄하는 것을 통해 자신을 화려하게 할 수 있다는 공명심에 빠진 경우를 보게 된다.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천사들은 세상의 화려한 곳이 아닌 세상의 고통이 가장 큰 곳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 이유이다. [[내주변] 지상에 내려온 천사와 악마]

확인될 때까지 확신하지 않는 것 Not sure till confirmed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사법살인의 역사이기도 하다. 권력에 의해서 사적으로 죽였던 많은 역사 뿐만 아니라 심지어 법과 제도가 잘 정비되었다 싶었던 시절에도 사코와 반제티 사건 [Struggle ...]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법살인들 인민혁명당 사건을 비롯해서 수많은 간첩조작 사건들은 결국 소수의 권력자들을 위해서 사법살인을 했던 비극적인 역사이다. 그리고 그 사건들 속에서는 사법부는 증거와 사실을 중심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정의'에 의해 휩싸인 확신에 의해서 많은 생명을 죽인 사건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것, 소위 팩트 체크가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미디어와 인간의 편견들은 수많은 잘못된 정보들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확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확신으로 모든 것을 다 평가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확신이 아니다. 오히려 확신에는 어떤 의로움도 어떤 사실도 없다고 믿는 것이 더 필요한 세상이다. 어느 시대보다 증거로 인정이 되는지 아닌지에 따라서 재판의 결과가 달라지고 그만큼 증거, 증인 material evidence, witness 의 증거능력을 더 고려하게 되지만 이 증거능력 때문에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고 죄지은 사람들은 풀려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이유로 악마는 항상 섬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지 모른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
이 말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섬세한 우리가 놓치기 쉬운 곳에는 악마가 숨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쉽게 확신해서 섬세한 것을 놓치고 그냥 지나치는 곳에는 항상 어떤 악마가 숨어있는지 알 수 없다.

이기 프롬 선생님 Dr. Iggy Frome


고민을 남기는 두 편의 드라마 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지만 뉴암스테르담 시즌 1 에피소드 22 Luna 에서 이기 프롬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대사를 통해서 마무리한다. 내용을 담을 수 없지만 드라마 속의 장면들과 겹치는 이 대사들 속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의 수많은 섬세한 장면들이 담겨 있다.

Dr. Iggy Frome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기 전까지는 직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뇌는 무엇인가 합리적이고 잘 설명되는 것으로 결론내려고 한다. 예를 들어, 때로는 세상은 너무 아름다울 때가 있다. 친구의 밝은 웃음이나 막 태어난 아이가 당신의 손가락을 잡으려는 때 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또한 부서지기도 쉽다.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공포와 마주할 때, 우리의 마음은 우리의 트라우마를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들려고 한다, 심지어 전혀 말이 안되는 내용이라도. 그런데 왜 세상이 악으로 가득찼다고 말하기 어려워 하는가? 그건 악이란 당신의 두려움이 맞다는 뜻이다. 악이란 쉽게 포기할 것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악으로 가득차 보여도, 우리가 누군가에게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쁜 상황이 되면 그런 믿음은 더욱 더 힘들어 진다. 그때는 우리가 일어나기 위해 선택해야 하고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상은 우리의 주변은 그리고 매순간 사람들이 그렇게 선택한다. 그래도 여전히 세상은 어두워 보이나? 당연하다. 그러나 항상 빛은 존재한다. 더 많은 빛들 말이다. 당신은 그저 눈을 뜨고 바라보면 된다."

─ 이기 프롬 박사

"It does seem counter-intuitive until you realize how the brain works. The brain is just it's just trying to make sense of things. Like, sometimes the world is so beautiful, you know? The laughter of a friend, a newborn baby gripping your finger. Life is also fragile. You blink, it's gone, just like that. Into the face of horror, our minds turn our trauma into a story to make sense of it, even if it doesn't make sense. So why would you mind tell you that the world was evil? Because evil means that your fear is right. Evil means that you can just give up.

But to believe that we all have the capacity to be heroes, no matter how evil the world may seem. That's harder because that means when the worst happens we can choose to stand up, we can choose to help. And that's what, all day, all around us, people do. So is the world dark? Sure. But there's light. There's so much lights. You just have to open your eyes and look."

─ Dr. Iggy F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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